방탄차는 총기를 이용한 외부의 습격으로부터 탑승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자동차를 말한다. 방탄차는 국가 원수를 비롯한 중요인물들의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되며, 그 밖에도 분쟁지역과 같이 치안이 확보되지 않는 위험한 곳에서 활동해야 하는 인물들은 물론, 모종의 이유로 신변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는 소수의 개인들을 위해 만들어진다.

방탄차는 주로 고급 브랜드의 최고급 대형 세단(혹은 리무진)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며, 근래에는 SUV 차종을 기반으로 한 모델도 크게 늘어났다. 이 밖에도, 군용 차량을 기반으로 제작되는 차량도 존재한다. 하지만 일반에 가장 잘 알려진 방탄차의 형태는 고급세단 기반의 방탄차일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세단형의 방탄차들 가운데 단연 최고로 손꼽히는 차는 바로 메르세데스-벤츠의 S-클래스 가드(GUARD) 시리즈다.

S-클래스 가드는 메르세데스-벤츠의 대형 럭셔리 세단, S-클래스의 롱휠베이스 버전을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방탄 차량으로, 1928년도부터 방탄차량을 제작해 왔던 메르세데스-벤츠의 기술력과 노하우가 녹아 들어 있는 모델이다. 그 중에서도 지난 2021년 독일에서 선보인 S-클래스 가드는 종래의 방탄차량을 뛰어넘는 방호능력을 자랑한다.

메르세데스-벤츠 S680 가드는 유럽의 VPAM 기준으로, VR10의 기준을 충족하도록 만들어졌다. 유럽 VPAM은 민간인용 방탄차량의 방호력을 VR1부터 VR10까지 10단계로 분류한다. 그 중에서도 VR10은 VPAM 기준 최고 등급이다.

VR10은 구 소련제 SVD 지정사수용 소총이나 모신나강(Mosin-Nagant) 소총 등이 사용하는 7.62x54mmR 탄을 최소 6발 방어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한민국 국군 제식소총으로 사용되는 K-2 소총의 5.56x45mm NATO(K100탄)탄은 VR7 등급에, 테러리스트나 게릴라들이 사용하는 AKM의 7.62x39mm탄이 VR8에 해당하므로 통상적인 돌격소총은 물론, 저격용 소총에도 제한적인 방호력을 제공한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이는 현존하는 양산형 방탄차량 중 가장 높은 방호력으로, 선대에 해당하는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600 가드가 달성한 VR9 등급을 뛰어 넘은 것이다.

하지만 현행 S680 가드의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바로 기존 대비 월등히 향상된 대(對) 폭발물 방호능력에 있다. S680 가드는 가장 최근에 개정된 VPAM의 ERV(Explosive Resistant Vehicles) 테스트에서 지붕, 바닥, 그리고 측면 방호력에서 모두 최고등급인 별 3개 등급을 획득한 것이 그 증거다.

현행의 VPAM ERV 테스트는 과거 4m 거리에서 15kg의 TNT를 폭발시키는 방식이었는데, 근래에는 고작 2m 거리에서 15kg의 TNT 폭발을 견뎌야 한다. 그리고 사람에게 끼치는 피해를 측정하는 데 있어서도 더욱 정교해졌는데, 이는 사람의 신체 강도와 동일한 더미를 사용해 방호능력을 측정하기 때문이다.

이 테스트에 사용되는 더미는 사람의 피부와 근육, 골격뿐만 아니라 내부의 주요 장기까지 재현되어 있는 측정 기구로, 신체의 내부 장기에 미치는 영향까지 측정이 가능하다. 등급은 별 1개부터 3개까지의 총 3단계로 이루어지며, 그 중 별 3개는 더미의 주요 기능에 있어, 교체를 필요로 하는 손상이 가지 않아야 하는, 대단히 까다로운 규정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메르세데스-벤츠 S680 가드는 현존하는 양산형 방탄차량 중 가장 뛰어난 방호능력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보면 된다.

메르세데스-벤츠 S680 가드는 뛰어난 방어력 뿐만 아니라, 최고급 세단인 S클래스의 호화로움을 거의 그대로 경험할 수 있도록 제작된다. 메르세데스-벤츠는 S680 가드의 편안함 지수가 현행의 롱휠베이스 S클래스에 근접한 수준이라고 말하며, 마이바흐 브랜드 차종에 적용되는 각종 호화사양을 만재하고 있다.

S680 가드에는 최고출력 612마력, 최대토크 840Nm(약 84.6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하는 6.0리터 바이터보 V12 엔진이 탑재되며, 변속기는 9G트로닉 자동변속기, 그리고 구동계로는 상시사륜구동 시스템인 4MATIC이 적용된다. 최고속도는 190km에서 제한된다. 이는 동형의 일반차량 대비 1톤 가까이 더 무거워지는 방탄차의 특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이며, 연비는 WLTP 기준으로 19.5l/100km(5.1km/l)다. 차량 가격은 535,000달러(한화 약 6억 6,222만원)부터 시작한다.

단, 방탄차량의 방어력은 장갑으로 보호받는 장갑차량의 방어력과는 그 성격이 다르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방탄차의 방어 개념은 지속적인 공격을 받아내며 맞서 싸우기 위한 것이 아닌, 불의의 습격에서 살아 남아 ‘탈출할 시간을 벌기 위한’ 개념이다. 방탄차는 장갑차량이 아니며, 따라서 그 방어력 또한 지속적인 것이 아니라 일시적이다. 즉, 군에서 사용하는 장갑차량에 비하면 현저히 낮은 방어력을 갖는다고 보면 된다.